Interview



보이지 않는 자연 속 패턴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이준수'




Q. 소개 부탁드려요.


컴퓨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보이지 않는 자연의 구조와 패턴을 재해석하여 자연의 이야기를 담아 표현하는 이준수 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건축 관련된 실무를 3년 정도 하다가 대학원에 갔어요. 졸업하고 나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물음이 많았어요. 


제가 건축에 흥미를 느꼈던 게 공간 자체도 있지만,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나 쉐입에 관심이 많았어요. 건축에서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1년 정도 설계를 해요. 1년이 되게 긴 시간이잖아요. 재미난 구조물들을 빠르게 만들고 결과물을 보고 싶지만 쉽지 않은 일이였죠. 그러다가 문득 건축 분야에서만 해야하나 싶었죠. 차라리 설치 형태나 공예품들처럼 좀 더 빠르게 생산하는 작업을 하면서 표현해보자 했죠. 그 이후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제 개인적으로 3년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설치작업이나 조형물, 상품 등 더 많은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이제 앞으로는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나아가려고 해요.



Q. 지금의 스타일은 건축 분야에서 작업해왔던 영향이 있는 걸까요?


네 맞아요. 건축이란 분야를 배웠던거에서 영향이 있지 않나 싶어요. 건축에서는 해체주의라고 표현해요. 'DE-CONSTRUCT LAB'이 하나의 스튜디오 이름이기도 하지만, '해체하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해체주의 분야에서는 자하 하디드 등이 대표적인데 제가 활동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사물이나 작품에 대한 접근을 할 때 자연물에서도 영감을 받지만 기존의 형태를 깨부수고  전혀 다른 쉐입으로 나타낸다거나 하는 등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에 더 흥미를 느끼고 더 선호해요. 방법론적으로는 컴퓨터 알고리즘 활용을 많이 해요. 변화되는 과정을 만들어내거든요.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조명이라고 하면 일반 베이스 틀이 있고 전구를 설치하죠. 저는 기본 구조를 다 해체를 하고 영감을 받았던 패턴 등으로 다시 틀을 재구조화하고 그에 어울리는 전구를 결합했어요. 



Q. 어떤 작업부터 시작하셨어요?


처음은 수공예적인 작업에서부터 시작해봤어요. 절곡되는 각도나 위치는 컴퓨터로 구성하고, 직접 알루미늄을 재단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죠. 컴퓨터의 프로세스와 기계를 이용하면 빠르게 생산되겠다고 싶었는데 하다보니 제가 손으로 하고 있더라구요. 이게 아닌데 싶었죠. 그 이후부턴 3D 프린터 기계를 이용했어요. 디자인들에 형태를 나열하고 3D 기계가 실물로 만들어내었죠. 과정이 너무 빨라서 더 매료되었었고, 더 다양하게 풀어내고 싶어서 플로어 램프나 설치 작품에 다양한 시도를 했었죠. 작년 한해 동안은 더 많이 몰두 했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재밌어서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재밌기도 하지만 이제는 작업의 결과물에 대해서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더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소재로도 고민하고 있죠. 3D 프린트 특성상 소재의 한계성이 있어요.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같이 환경에 덜 영향을 주는 소재이지만 실생활로 사용되거나 볼 때 가벼운 느낌들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형태나 구조는 만족스러웠지만 소재의 특성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완성도는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나무나 금속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1~2년 동안 형태나 쉐입을 구현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쌓아온 디자인 방법론들이 알고리즘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죠. 이 데이터들을 활용해 이제는 실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를 가지고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Q.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건축과 특성상 학부때부터 되게 많은 결과물들을 만들어요. 과정들도 많고. 아이스핑크 등도 수 없이 자르고. 회사도 다니고 대학원에 다녔지만 회의감이 온거예요. 수 많은 아이디어들을 노력을 들이면서 만들었는데 선택을 못 받으면 버려지는거죠. 하나의 결과물로만 만들어지니까. 그래서 오히려 여러 아이디어나 시도들이 저장되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모든 과정들이 축적이 되어 있어서 언제든 내가 꺼내어 오브제나 평면에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Q. 그럼 컴퓨터 알고리즘 등의 프로그램들은 따로 배운 적이 있는거예요?


알고리즘 전공도 아니고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예요. 직접 외국 사이트들 하나하나 찾아 들어가서 보고 직접 테스트해보고 하면서 익혀나갔어요. 그러면서 툴도 익숙해져가고 이후엔 저만의 방식과 데이터들로 쌓아갔죠. 


아무래도 작품에서 드러나는게 표현 할 때나 작업할 때 직선이 가장 편하잖아요. 그래서 초기에는 직선형으로 된 형태들이 많았죠. 지금은 유기적인 곡면을 활용하고 표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테스트 하고 있어요. 또 저만의 경험과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는거죠.


그러면서 저의 한계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3년 이란 기간을 제 나름대로 정했어요. 그 기간 동안 최대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았던 거죠. 그러다보니 정형화되지 않고 작품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어진 이유가 그거예요.

Q. 3D프린트를 활용하다보니 생산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겠네요?


작품도 비싸지 않고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다양하게 활용 될 수 있는 거잖아요. 상품성인 가치를 띈다고 해서 작품이 저렴하게 보인다거나 질이 안 좋은 건 아니니까요. 작품이라고 해서 꼭 비싸야 되는 것도 아니고. 많이 보고, 활용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라인들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Q.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받으세요?


지금 하고 있는 방식들은 흔히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요. 자연이 유관으로 보는 것도 있지만 비가시적인 이미지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세포들 같은 거죠. 해안가 보면 바다를 연상하는데 저는 위에서 바라본 모습을 떠올려요. 위에서 보면 모래 사장이 있고 그 위에 바닷물이 움직이면서 굴곡들을 만들어내잖아요. 육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부분들을 더 담으려고 해서 그런지 사물이나 오브제 작업을 볼 때 형태적인 부분에 집중해요. 오타쿠 같은 기질이 있어요 (웃음).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나 혹은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페어 등에 보면 북유럽 스타일 같은 단순한 걸 선호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저는 이쪽에는 흥미가 안가더라구요. 다양하고 복잡성들이 주는 군집들이 저는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램프 작품들은 세포가 가진 증식이나 분열을 담아내려고 했던거고. 화병들은 주름들의 확장이나 유동적인 변화들을 담아내고자 했던 거죠.

Q. 더 담고 싶은 형태들이 있을까요?


살아있는 생명체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들여다 볼 때 다 한 순간 이잖아요. 제가 좀 더 하고 싶지만 못했던 건 예를 들면 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의 한 이미지가 아닌 영상이예요. 영상미를 데이터화 해서 실물로 구현해보고 싶어요. 정지된 움직임이 담긴 제품을 나열하여 설치 하는 작업이 아닌 하나의 스크린으로 이용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Q. 3D 프린트를 이용하다보니 소재 종류에 대한 제약도 있을 것 같은데,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있어 소재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콘크리트나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었어요. 소재가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판매가 되어 사용된 그 이후에도 생각을 해야했죠. 소비자들분들이 결과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있다고 봐요. 둘다 만들어내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콘크리트나 아크릴보다는 조금 더 자연적인 소재들로 선택하고 싶었어요.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고자 자연 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쉽게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활용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좀 더 나아가 천연 염색이나 천연 기법을 쓰려고 해요.

Q. 소재는 물론이고 다양한 공정과 작업이 들어가는데 그만큼 작업하며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작품마다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설명 없이 작품으로만 접하면 조금 복잡하잖아요. 제 성향이 직관된 작업으로 향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 생각해봤더니 건축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을 위해 만들어야 하잖아요.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했던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거죠. 필요 이상으로 고민이 들어가게 되더라구요. 물론 그만큼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점은 좋죠.  

Q. 한 번 작업하는데 시간이 얼마정도 소요되세요?


계획을 하고, 손으로 만들기 전까지의 시간은 보통 2달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러고나서 3D프린트로 활용할 땐 빠르지만, 수공예 기법이 들어간 건 그래도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아요.

Q. 작업하면서 휴식이나 리프레쉬 하는 시간도 갖으세요?


제가 협업이나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더 편하게 기분 풀고 쉬어가며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지극히 혼자 싸우는 거잖아요. 그래서 맛있는걸 먹으러 가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래서 왠만하면 어떻게 해서든 해결을 하고 고민이 덜 할 때에 쉬는 것 같아요. 고민이 많을 때 사람을 만나버리면 서로 간에 힘들잖아요. 해결을 못한 부분,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하루 이틀이면 좋은데, 짧으면 일주일 길면 1~2달이 되죠. 아무래도 길게 갔을 때는 힘들죠. 그래도 요즘은 중간에 한번이라도 내려놓고 쉬자 노력하고 있어요.  

Q. 만약 작가가 아닌 다른 걸 하고 있었다면 ? 


건축 디자이너가 되어서 공간 설계를 하지 않았을까 해요.(웃음). 공간에 대한 관심도가 없진 않기 때문이예요. 

공간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작품. 향후에는 그 방향으로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물론 당장하는게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Q. 향후에 하고 싶은 작품이나 꿈꾸는 모습이 있을까요?


공공 설치 작업을 하고 싶어요. 제 작업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가장 커졌을 때의 모습은 대중들한테 열려 있는 공공 설치 작업이라 생각해요. 일반 갤러리나 개인으로 갔을 땐 아무래도 대중들이 쉽게 접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공공 작업물로 설치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경험 할 수 있길 바래요. 예술이란건 누구나 보고, 듣고, 공유 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갖고 있잖아요. 그래서 작가의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작가와 대중이 서로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의 형태로 만들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그저 세워져있는게 아니라 휴식 할 수 있는 쉘터 등의 형태죠.

이준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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